정신과 약물

정신과 약물은 피해야 한다?

 '정신과 약물은 한 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혈압약, 당뇨약을 예로 들면, 많은 환자분들이 약을 계속 드셔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의 특성 때문입니다. 약 복용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계속 드시는 것이 아니고 병의 증상과 징후가 지속되기에 투약을 끊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사실  꽤 많은 질병들은 완치보다 건강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것이 현재까지의 의료수준이기도 하지요. 정신건강의학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질환의 특성상 약을 오래 드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어려운 환경이 해결되지 않아 고통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경우, 약물을 포함한 치료가 오래 지속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가 성공적이라면 극복의 결과도 만들 수 있겠지요. 약의 의존성(중독?)이 생겨 끊기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이는 대부분 의사의 처방과 별개로 오용/남용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약의 남용

 정신과에서는 마약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하지요.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졸피뎀, 알프라졸람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 약물은 오남용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 관리가 됩니다. 이들 약물을 관리하는 법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입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이 법률에서 '마약류'로 규정 된 것이지 마약은 아닙니다. 이로 인해 졸피뎀 등이 언론에서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마약이다'라고 얘기되곤 하는데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하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이 오남용 된다면 이의 폐해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의 남용은 의외로 의사의 처방 없이 환자 스스로 약을 줄여 복용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환자들 대부분은 이런 종류의 약을 좋아하지 않고 줄여서 복용 한다는 믿음을 스스로 갖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이 뜻하지 않은 상황 또는 매우 힘든 상황에서 약을 늘려 복용하거나 추가 복용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으로 결국 끊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원칙은 약의 조절과 통제는 의사에게 맡긴다 입니다. 약의 불편함이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바를 꼭 의사와 의논하고 조절하시기 바랍니다.

약의 선택

 정신과는 다양한 종류의 약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에 사용하는 항우울제만도 기전에 따라서 5-6가지 이상으로 분류가 되고 각각의 기전별로 변형된 약들이 많이 있습니다. 환자분들의 증상과 치료를 개별화하고 경험적으로 약을 선택하지만 치료효과와 약물의 이상반응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전자제품처럼 대량생산되는 동일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약물이 작용하는 생체내의 부위, 보통은 수용체라고 합니다. 약물이 체내에 들어와서 변형되고 이용이 끝나면 배출시키는 것, 대사과정이라고 합니다. 이 수용체와 대사과정은 개인의 유전적 특질과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약물의 효과와 이상반응이 환자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의학계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이 것들을 미리 예측하기가 아직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따라서 정신과 약의 선택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개별화가 이루어지고 의사의 경험에 의해 우선 투여되고 일정기간(보통은 1-2주 또는 4-6주까지)을 거치면서 조정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대부분은 효과를 볼 수 있고 이상반응 해결이 가능합니다.